[인터뷰] 경기고 친구에서 벤처 1세대로…"우리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2023-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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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포뱅크 박태형, 장준호 공동대표

1995년 인포뱅크를 창업해 28년째 동업 중인 박태형 최고경영자(왼쪽)와 장준호 대표가 6일 성남 판교 사무실에서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용 인공지능(AI) 솔루션은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며 제2의 도약을 예고했다. /강은구 기자

[한국경제 허란 기자] 1세대 벤처기업으로 꼽히는 인포뱅크가 기업용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기반으로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국내 최초로 신용카드 결제내용 문자 통보를 시작한 인포뱅크는 문자 투표,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운영체제(OS)를 최초로 출시하며 스타트업 못지않은 신사업을 선보였다.
2015년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아이엑셀'을 설립하며 새로운 기술기업을 발굴 육성하며 신사업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도 했다. 설립 28년 차를 맞은 인포뱅크는 기업용 AI 솔루션만큼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자신하며 직접 뛰어들었다.


경기고 친구의 의기투합

미국 은행 뱅커스트러스트 서울지점에서 수석 부지점장으로 근무하던 박태형 대표(CEO)는 삼성 비서실을 거쳐 삼성SDS에서 정보통신부문 부장이었던 장준호 대표를 설득해 1995년 인포뱅크를 공동 설립했다. 정보기술(IT)을 한데 모은 은행 같은 곳을 만들겠다는 뜻의 사명이다.

경기고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76학번으로 나란히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 자원공학과를 거쳐 산업공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장 대표는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8년째 동업 중인 두 사람은 어느덧 50년을 함께 했다. 장 대표가 할 말을 다 하는 편이라면, 박 대표는 잘 들어주는 쪽이다. 갈등 없이 동업을 유지해온 비결을 묻자 장 고문은 참을 게 있으면 진짜 참는 게 아니라는 금강경의 말로 대신했고, 박 대표는 자아를 죽이면 된다는 성경 말씀을 비결로 들었다.


'최초'에 고집하는 이유

인포뱅크 사업 중엔 '최초' 타이틀이 붙은 게 많다. 장 대표는 "창업할 때부터 대기업이 10년 뒤에나 할 사업에만 뛰어든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인포뱅크 서비스는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처음 시도한 게 대부분"이라며 "결제내용 문자 통보부터 문자 투표, 내비게이션 블루투스 OS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인포뱅크의 첫 사업 아이템은 지금은 보편화된 버스 도착 정보 안내 시스템이다. 1996년 서울 시내 500대 버스에 GPS 무선통신 장비를 설치해 버스 위치를 안내해주는 사업을 300억원 규모로 수주했지만, 이듬해 외환위기(IMF)가 터지면서 사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1998년 인포뱅크는 신용카드 결제명세와 은행 입출금 안내 문자 서비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이며 피보팅에 성공했다.

인포뱅크의 캐시카우가 된 신용카드 결제내역 문자 통보 서비스도 1998년 특허받은 최초의 시도였다. 이메일 등 네트워크 주소를 0부터 9까지 10개 숫자와 별표와 우물정을 포함한 12개 문자를 조합해 고유번호를 부여해 문자를 보내는 방식이다. 미스터트롯처럼 방송 중 진행하는 문자 투표도 인포뱅크가 일찌감치 특허를 낸 서비스다.

자동차에서 핸드폰 블루투스로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도 인포뱅크가 윈도우 CE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로 바꿔준 덕분이다. 인포뱅크는 현대차의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파트너이기도 하다.

올 초엔 팬덤 플랫폼 '스타투'도 출시했다.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 등 1990년대 노래를 즐겨 들었던 50·60대 겨냥한 셀럽 SNS다. 20·30대 셀럽 SNS인 '최애돌'을 벤치마킹한 서비스다.


카카오톡보다 한발 앞섰지만

인포뱅크는 여느 스타트업보다 신사업을 먼저 시작했지만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인포뱅크가 2010년 1월 출시한 '앰엔톡'은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보다도 한 달 먼저 시장에 나왔다. 박 대표는 "앰엔톡이 아이폰의 필수 앱으로 탑재되면서 순식간에 30만명이 설치하고 100만 다운로드까지 기록하며 카카오톡보다 먼저 시장을 잡았지만, 카카오톡이 여러 명이 대화하는 채팅에 화력을 집중할 때 1대1 대화를 고집하면서 카톡에 밀렸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인포뱅크는 네이버밴드와 같은 서비스도 먼저 만들었고, 토스 이전에 휴대폰 번호 송금 서비스도 시도했다. 하지만 수십, 수백억 원의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스타트업과 달리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한 인포뱅크엔 이런 신사업이 모두 적자 요인이 됐다.


실패에서 얻은 교훈

앰엔톡의 실패는 뼈아팠다. 장 대표는 "앰엔톡을 독립회사로 만들었으면 더 컸을 텐데 당시 시장 흐름을 읽지 못했다"며 "그때 얻은 교훈으로 스타트업 투자조직인 아이엑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인포뱅크 설립 10년을 맞이한 2015년 '스타트업의 연합 공동체'를 표방하며 액셀러레이터 조직 아이엑셀을 만들었다. 박 대표는 "아이엑셀은 액셀러레이터로서는 후발주자이지만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간투자주도형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30개 스타트업을 올리며 전체 1위를 달성했다"며 "특허 출원 지원을 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아이엑셀은 변리사 출신으로 특허 컨설팅 전문가인 홍종철 대표가 맡고 있다. 장 대표는 "아이엑셀 성공의 98%는 홍 대표에서 나왔다"며 "지난 20년간 2800개 특허출원을 지원해본 경험으로 특허기술에 특화된 스타트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업용 AI는 우리가 직접 한다

28년 동안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인포뱅크는 B2B AI 솔루션 기업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포지큐브, 큐브로이드, 웨이센, 크라우드웍스 등 AI 관련 스타트업 40여곳에 투자하면서 기업용 AI 솔루션은 우리가 직접 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인포뱅크 제2의 도약으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170명 회사인력 중 120명 엔지니어 가운데 절반가량을 AI 관련 엔지니어로 채웠다.

박 대표는 "기업 프로세스를 AI로 자동화하는 것만큼은 인포뱅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야"라며 "고객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한 모든 부분에 AI를 적용해 서비스하는 AIaaS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기업 업무에도 본격적으로 AI가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중요한 것은 AI 기술력 자체보단 업무 담당자가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디지털화하는 것"이라며 "담당자의 머릿속에 있는 '암묵적 지식'을 단계별로 데이터화하는데 인포뱅크의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포뱅크가 먼저 겨냥한 것은 콜센터다. 박 대표는 "내년 상반기 통신사 및 포털과 공동으로 보이스와 영상을 활용한 AI 콜센터를 전격적으로 출시할 것"이라며 "기존의 AI 챗봇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수준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콜센터는 고객이 전화를 걸면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바꾼 후, AI가 무슨 질문인지 판단해 적절한 답변을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인포뱅크는 무슨 답변을 해줄지에 필요한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예정이다.


참, 한 가지 더

벤처 1세대 기업답게 인포뱅크는 여러 창업가를 배출했다. 소프트웨어 회사가 많지 않았던 2000년대 초반 병역특례를 통해 여러 인재가 거쳐 간 덕분이다.

앰엔톡 메신저를 기획한 게 박재욱 쏘카 대표였으며, 메인 개발자는 정재호 슬라이드조이 창업자다. 앰엔톡은 PC용 메신저를 휴대폰용으로 간단하게 만들어보자는 유정범 전 메쉬코리아(부릉) 대표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했다.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팬덤 서비스 '최애돌'을 운영하는 엑소더스이엔티 한성호 대표도 인포뱅크에서 사업 기반을 다졌다. 게임빌에 매각된 컴투스를 창업한 이영일 해긴 대표나, 타다의 이정행 개발자도 인포뱅크 출신이다.


[참고: 한국경제신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310271920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