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도전했던 두 청년, '극초기' 후배 스타트업의 동아줄 됐다

2023-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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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머니투데이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s://news.mt.co.kr/mtview.php?no=2023021421314181614



기업 메시징 시장을 개척한 1세대 벤처기업 인포뱅크의 투자 관련 독립사업부 '아이엑셀(iAccel)'에서 스타트업 투자자로 활동 중인 이준호·한상훈 심사역은 모두 창업에 도전했던 경험이 있다.

스티브 잡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창업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무엇이 필요한지 체감했다고 한다. 이후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 한국엔젤투자협회를 각각 거친 뒤 심사역으로 본격 데뷔했다.

인포뱅크는 2015년 정부의 기술창업투자 프로그램인 팁스(TIPS) 운영사 선정에 이어 지난해 신규 사업인 '민간주도형 예비창업지원 프로그램(시드팁스)'의 시범운영사로 선정되며 초기 스타트업 지원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기존 팁스는 시드투자를 유치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반면, 시드팁스는 투자유치 이력이 없는 극초기 기업을 선발해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보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시드투자를 유치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인포뱅크는 2019년 50억원 규모의 개인투자조합 1호를 결성하고 지난해는 투자 혹한기 상황에서도 275억원 규모의 벤처투자조합(핀테크혁신펀드 1호, 창업초기 혁신펀드 1호)을 결성하며 스타트업 발굴·투자 보폭을 넓혔다. 누적 포트폴리오사는 180여곳에 달한다.

특히 '창업가들의 베이스캠프'로 불리는 디캠프, 팁스를 총괄하는 한국엔젤투자협회 출신의 젊은 심사역을 충원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AC)로서의 면모를 한층 강화했다. 앞으로 어떤 투자·육성 전략을 전개할지 이준호·한상훈 심사역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요 이력에 대해
▶이준호(이): 첫 커리어는 창업이었다. 인터뷰를 기획하는 프로젝트를 했었는데 그때 만났던 대표님 중 한 분이 같이 청소년 문제를 풀어보자고 제안해왔다. 공교육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청소년 대안 교육 사업을 2년 반 정도 진행했다. 이후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에서 액셀러레이팅을 담당하면서 4년 정도 다양한 초기 스타트업들의 성장을 지원했다.

▶한상훈(한): 창업 분야에 전혀 관심 없다가 김도현 국민대 교수의 창업론이라는 수업을 들으며 모의창업을 준비해볼 수 있었다. 그때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를 정도로, 다른 과목을 포기할 정도로 살아있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서비스 분야 창업도 시도했지만 당시 자금을 유치할 방법이 없어 사업을 끝냈다. 이후 한국엔젤투자협회에 입사해 팁스(TIPS) 사업본부에서 업무를 하며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또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경험을 했다.

-인포뱅크의 차별화 포인트
▶이: 기본적으로 팁스를 잘하는 초기 투자사로 많이 알려져있는 것 같다. 별도의 홍보나 어떤 브랜딩을 많이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팁스 운영사로서 맡겨진 업무를 착실히 하고 팁스에 선정되는 팀들이 많아지다 보니 '초기 투자를 받고 팁스를 받으려면 좋은 투자사가 어디냐'고 소개해달라고 했을 때 인포뱅크가 많이 언급되는 것 같다.

▶한: 투자를 받고 팁스에 선정된 팀이 많다고 하는 결과물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이 팀들이 또 다른 팀들을 많이 소개해주는데 이런 것을 보면 인포뱅크가 그래도 추천할 만큼 괜찮은 운영사라고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우리도 동반자의 마음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홍보를 많이 하진 않지만 좋게 봐주는 것 같다. 


-선호하는 창업자는
▶이: 성장 동력이 분명한 창업자를 좋아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PMF(제품·서비스의 시장 적합성)를 찾지 못하고 팀이 무너질 수 있다. 운이 없어서 망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다시 일어나서 도전하는 언더독(Underdog) 창업자를 좋아한다. 이들은 성공을 이루지 못한 결핍과 열등감을 인정하고 성장 동력으로 활용한다. 실패를 한 번 맛본 창업자는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날 수 있고 꼭 해내겠다는 꺾이지 않는 마음의 준비된 모습을 보여준다.

창업자의 또 다른 중요한 능력은 좋은 사람들을 소싱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기업이 팀원을 만들려면 전적으로 창업자에게 달려있다. 비전과 미션을 제시하고 사람들을 설득해 팀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창업자라면 서비스가 무너져도 피보팅을 통해 다시 도전할 수 있다. 단순히 돈을 잘 벌겠다는 것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며 세상에 임팩트를 만들겠다는 창업자도 매력적이다.

▶한: 창업자는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가장 많이 의지가 되는 것이 팀원들이다. 멤버들 간 의사소통이 원활한 팀들이 오래 간다. 사업의 차별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도 중요하다. 글로벌 진출 등 확장을 위한 계획들이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눈여겨본다. 요즘은 자금 조달 계획도 많이 보고 있다. 적자를 내는 구조 속에서 재무 안전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투자 혹한기에 스타트업들이 대비할 점은
▶이: 돈의 유동성이 어디에서 막혔는지 그리고 어떤 구조인지 인지하고 현실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지금은 숫자로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변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IR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캐시카우 확보나 인력 감축, 사무실 축소 등으로 고정비를 절감해 런웨이(법인통장 잔고가 0원이 될 때까지 생존할 수 있는 기간)를 확보하고 재무계획도 보수적으로 잡아야 한다.

이에 따라 최근 오프보딩(Offboarding, 퇴사자가 잘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해고 옵션을 잘못 발동하면 팀원들이 영향을 받아 핵심 인재들이 줄퇴사하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구조조정을 직원에게 통보하기 전에 그와 깊은 관계를 맺었던 주변 직원들도 먼저 살펴야 한다. 대퇴사 시대에서 잘 준비된 퇴사를 통해 핵심 인재를 지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 IR 자료를 더욱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과거에는 두루뭉술해도 투자를 받았지만 사업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는 것들이 기본적으로 깔린 상태에서 주목적 펀드를 갖고 있는 투자사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해야 그나마 승률이 더 올라갈 것이다. 단순히 예뻐 보이는 자료가 아니라 '이런 내용을 쓰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는 부분이 보여야 한다.

-관심 갖는 분야는
▶이: 세 가지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 첫 번째는 핀테크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해 기존 산업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고, 기존 산업과 금융이 결합된 새로운 산업과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포뱅크도 지난해 100억원 규모의 핀테크 혁신 펀드를 조성했다. 두 번째는 블록체인 솔루션이다. 테라·루나와 위믹스 사태의 영향으로 혹한기를 맞았지만 올해는 그 속에서 살아남은 블록체인 기업들이 웹3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려 더욱 다양한 분야와 결합하는 사례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생계형 소상공인과 다르게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고 변화를 일으키는 로컬 크리에이터에 관심이 있다.

▶한: ICT 서비스 중에서도 실제로 피부에 와닿는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다. 또 메타버스나 스마트 글래스, 스마트 미러 같은 제품에도 관심이 있다. 우리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제품들이 나오길 바라고 있고 그런 기업에 먼저 투자하고 싶다.

-시드팁스 운영 성과는
▶이: 첫 기수모집에도 불구하고 219개사가 지원했고 37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로 최종 6곳을 선정해 약 4개월간 배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최근 수료식을 잘 마쳤는데 이들의 누적 투자금이 거의 12억원 정도다. 올해부터는 시드팁스 기업을 팁스에 추천하는 경우 가점을 주는 조항이 생겼다. 바로 팁스로 가는 것보다 시드팁스를 통해 지원하는 게 더욱 유리해졌다. 이런 이점을 살려 시드팁스와 팁스를 연계하고 팀들간 성장의 트리거가 될 수 있는 배치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계획 중이다. 


-초기 투자 심사역으로서 힘든 점은
▶이: 초기 투자자들은 초기에 정말 적은 시드 머니를 넣고 적절한 시점에서 엑싯을 해야하는데 회수 범위의 차이가 VC와 비교하면 굉장히 적다. 따라서 회수 수익만 기대할 게 아니라 다른 수익들도 창출해야 한다는 고민을 늘 안고 있다. 변화하는 시장이나 산업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지만, 계속 배우며 스타트업들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심사역을 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의 소명 의식이다.

▶한: 힘든 점은 딱히 없다. 관심 있던 기업에 투자를 못했을 때는 아쉬움을 느낀다. 한 달에 15번 이상은 외부에 나가서 저녁미팅을 한다. 전화로는 묻지 못했던 것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이런 네트워크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것이 계속해서 해야하는 업무이고 즐기면서 하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은지
▶이: 열정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사랑하고 변화하는 시장과 상황을 배우면서 스타트업 창업자를 열심히 만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마음을 잃지 않겠다. 국내 창업자들 사이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페이 잇 포워드(Pay it Forward)'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는 것처럼 VC 업계에서도 확산하면 좋겠다. 이런 문화를 만들면서 좋은 투자와 함께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

▶한: 따뜻한 심사역이 되고 싶다. 창업자들이 가끔 새벽에 전화해서 힘든 점을 토로하거나 피벗을 준비한다 같은 여러 가지 말들을 한다. 냉정할 땐 냉정해야겠지만 사전에 좀 더 도와줄 수 있고 편하게 전화를 걸어도 되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며 기억에 남는 심사역이 되고 싶다. 


최태범 기자